[서울산책 ⑤] 북악산 – 성곽길 따라 걷는 서울의 가장 조용한 밤
서울 도심 속에서, 낮보다 밤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산이 있다.
북악산은 산이라기보다 ‘성곽길의 일부’처럼 다가오고,
걷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조용하게 흐르는 길을 품고 있다.
화려한 조명도, 북적이는 군중도 없지만,
그 대신 탁 트인 야경과 느릿한 발걸음이 만드는 집중력이 있다.
처음 북악산을 찾았을 때는
산을 오르러 왔다기보다, 성곽을 따라 서울을 둘러보는 느낌에 가까웠다.
하지만 걷다 보니, 이곳이 단지 옛 성벽이 아니라
‘지금의 서울을 가장 조용히 내려다보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조선의 숨결이 이어진 한양도성 위를 걷다
북악산(백악산)은 해발 342m로,
청와대 뒷편에서부터 창의문, 삼청동, 숙정문을 잇는 한양도성 구간 중 하나다.
과거에는 안보상의 이유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었지만,
지금은 신분증 지참만으로 누구나 성곽길을 걸을 수 있는 열린 산책로가 되었다.
특히 창의문-숙정문 구간은
서울 성곽길 중에서도 가장 조용하고 아름다운 구간으로 꼽힌다.
돌로 쌓인 성벽은 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고,
그 옆으로 난 산책길은 도심 속에서 잠시 멈춤을 선물한다.
등산이라는 단어보다는 ‘서울 위를 걷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공간.
그래서일까, 북악산은 등산 초보자뿐 아니라
사색이 필요한 이들에게도 자주 추천되는 산이다.
초보자도 걷기 좋은 북악산 성곽길 코스
북악산은 정상을 찍는 등산보다, 성곽길을 걷는 루트가 훨씬 인기 있다.
대표 루트는 창의문(자하문) → 숙정문 → 삼청공원 코스로,
약 3.5km의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가파른 구간은 일부 계단 정도이며,
전체적으로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흙길과 데크길이 대부분이다.
산책로 중간에는 전망 좋은 쉼터와 팔각정이 곳곳에 있어
오르며 지치지 않고, 머물며 천천히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전망대마다 서울 시내와 한강, 남산타워, 인왕산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뷰를 자랑한다.
특히 저녁 무렵, 햇빛이 점차 줄어들고 도심의 불빛이 켜질 때
성곽 위에서 바라보는 서울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느낌을 준다.
서울 야경을 가장 조용하게 마주하는 팔각정
북악산에서 가장 유명한 포인트는 단연 팔각정 전망대다.
팔각정은 자하문을 지나 오른쪽 길로 15~20분 정도 오르면 도착할 수 있으며,
서울 야경을 감상하기에 최고의 위치를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광화문, 종로, 동대문, 멀리 남산까지 이어지는
서울 도심 전체가 하나의 빛으로 이어진다.
야간 조명이 잘 되어 있어,
야경을 감상하며 성곽길을 걷는 ‘야간 산책 코스’로도 인기가 많다. 특히 평일 저녁이나 주말 늦은 시간에도 과하지 않은 인파와 고요한 분위기가 유지되어 혼자 걷는 이들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 신분증을 꼭 지참해야 입장이 가능하며, 방문객 기록과 입출시간 확인이 이뤄진다.
북악산 성곽길 코스 요약
위치 | 서울 종로구 창의문~삼청동 일대 |
해발 | 342m |
주요 코스 | 창의문 → 숙정문 → 삼청공원 (약 3.5km) |
난이도 | ★☆☆☆☆ (산책형 등산) |
주요 포인트 | 성곽길, 팔각정, 북악산 전망대 |
이용 팁 | 신분증 필수 지참 / 일몰 이후 일부 구간 제한 |
북악산 연계 산행 – 성곽길 따라 서울을 이어 걷다
북악산의 진짜 매력은,
단지 한 개의 산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북악산은 시작점이자, 다음 산으로 향하는 경유지이기도 하다.
서울 성곽길의 일부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북악산을 출발점 혹은 중간지점으로 삼아
인왕산, 낙산, 남산까지 연결하는 '한양도성 산행'이 가능하다.
이 코스는 단순한 등산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를 ‘하늘에서 아래로 천천히 바라보는’ 감각을 준다.
지나온 산마다 뷰와 분위기가 달라서 지루하지 않고,
산과 산 사이의 도보 연결 구간은
마치 도시 속에서 시간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만든다.
서울 성곽 위를 걷다 보면, 길이 길을 부르고
어느새 인왕산, 낙산, 동대문까지 이어지는 시간여행이 된다.
산과 산이 이어져 하나의 길이 되는 경험,
서울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추천 연계 루트 ①
북악산 → 인왕산 연계산행 (1일 코스 / 도보 산행 중심)
창의문(자하문) → 북악산 성곽길 → 숙정문 → 삼청공원 하산 | 1구간 (성곽과 고요한 조망) |
삼청동 → 경복궁 돌담길 산책 → 사직공원 | 도보 연결 구간 (약 20~30분) |
사직공원 → 인왕산 등산 → 정상 → 자하문 or 부암동 하산 | 2구간 (성곽 위 바위 능선과 서울 야경) |
총 소요: 약 4~5시간 (천천히 걸을 경우)
포인트: 고도 차이 낮음 / 서울 중심을 관통하는 ‘산책+산행 루트’
TIP: 점심 식사는 경복궁 근처 or 부암동 카페거리 활용
추천 연계 루트 ②
한양도성 완주형: 북악산 → 낙산 → 흥인지문 (당일 6~7시간 트레킹)
북악산 성곽길 시작 → 숙정문 → 혜화동 낙산공원 방향 하산 | 도심 + 성곽 트레킹 |
낙산공원 → 동대문(흥인지문)까지 성곽 따라 이동 | 풍경 감상, 시민공원 느낌 |
마무리: 광장시장 or 동대문 카페 거리 | 피로 풀기 + 맛집 연결 가능 |
총 거리: 약 8~9km
포인트: 서울 야경 + 역사문화 탐방 + 낮은 난이도
준비물: 편한 운동화 / 가벼운 간식 / 물 / 신분증
북악산은 오르기 위한 산이 아니라,
걸으면서 서울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산이다.
성곽 위를 따라 조용히 이어지는 발걸음과,
그 너머로 펼쳐지는 도심의 불빛은
화려하진 않아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